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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설] 협객에게 희망을 <3화>

[완결] 작품/소설

by 이웃집 낙서장 2020. 3. 1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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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로부터 입수된 Rudy and Peter Skitterians님의 이미지입니다.

작가: 강정수


*먼저 이 글은 애니메이션'자이언트 로보:지구가 정지하는 날'에서 캐릭터들을 따온 팬픽션임을 밝힙니다.*

 

  "같이 와 줘서 고마워."

  도키가 병원 대기실에서 레드와 시아에게 감사를 표현했다.

  "시간 나서 하는 일인데 뭐~ 그리고 친구가 아프다는데 도와줄 수 있는 만큼은 도와줘야지!"

  레드는 뭘 그런 거 가지고 고마워하냐는 듯 말했다.

  "사람이 참 많네... 종합병원 안에 있는 병원이라 그런가."

  시아가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도키도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찬찬히 관찰했다.

  '여기는 종합병원이니까 환자들 병도 다양하겠네. 다 나았으면 좋겠다. 아프면 나 혼자 아픈 게 아니니까.'

  그렇게 사람들을 살피던 도키에게,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렸다. 한 학생과 그의 아버지의 대화였다.

  "아빠, 의사선생님이 그러셨잖아. 내가 아픈 건 신경성이니까 정신과를 가야 한다고. 저기 정신과 들렀다 가자."

  "들을 말이 따로 있지. 네가 미친놈도 아니고 정신과를 가긴 왜 가? 그냥 배가 부른 거잖아. 내가 너를 잘못 키웠어... 해줄 거 다 해줬는데 뭐가 불만이라는 거야?"

  '이젠 화도 안난다.'

  도키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거기서 멈췄으면 좋았으려만, 학생의 아버지는 도키와 친구들이 앉아있는 정신과 대기줄을 가리키며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말았다.

  "너 정신과 가면 저기 있는 나약한 인간들이랑 똑같은 인간 되는 거야!"

  그 순간 도키의 가슴과 머리를 차가운 침이 관통하는 것처럼 충격이 느껴졌다. 분명 그 아버지는 자신의 자식에게만 그 말을 했겠지만 그 파편은 도키, 그리고 다른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마음에도 박혔다. 말의 내용 때문인지, 소리를 질러서인지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레드가 벌떡 일어나서 그걸 깼다.

  "아버님, 뭐라고 하셨습니까?"

  도키는 놀랐다. 항상 밝고 가끔은 괴짜 같던 레드가 처음으로 도키 앞에서 정색했기 때문이다. 단호한 목소리는 한 치의 떨림도 없었다.

  "당신 뭐야?"

  아버지가 놀랐다.

  "뭐라고 하셨냐고요."

  레드는 아버지에게 가까이 다가가 더 또렷하게 말했다.

  "하하... 아까 그 말 때문에 총각이 그러는 모양인데...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잖나. 먹고살 만해서 걸리는 병이 정신병 아닌가? 바쁘면 그런 걸로 힘들어할 것도 없을 텐데? 나 때는 말이야..."

  "예전의 케케묵은 편견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계시니 이런 교양 없는 행동까지 하시는 거겠죠. 어떻게든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본인이 생각해도 예의가 아니지 않나요?"

  "누군지 모르겠지만 부모 교육방식이 참으로 희한한가 보네. 어른 말 끊고 꼬박꼬박 말대꾸하는 꼬락서니가 정신병자보다 나을 게 없구먼."

  그 말을 듣고 이번에는 시아까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아버지에게 호통을 쳤다.

  "부모 욕 하는 그쪽은 퍽이나 고상하고요? 저희가 보기엔 하라는 자아성찰은 안 하고 열심히 사는 다른 사람들 헐뜯기나 하는 당신이 더 나약해요. 하긴 의사 말도 안 듣는 사람이 저희 말을 들을까 싶지만 할 말 못 할 말은 좀 가려서 하세요."

  '시아도 목소리 엄청나다...'

  도키는 시아의 목청과 기세에 놀랐다. 보컬 트레이너 아니랄까 봐 시아의 호통은 거의 사자후였다. 호랑이가 물어가려고 와도 너무 또렷해서 못 물어갈 듯한 기세를 내뿜는 두 사람 앞에서 아버지는 꼬리를 내렸다.

  "에이... 무서워서 뭔 말을 못 하겠네, 가자!"

  아버지는 학생의 손을 잡고 돌아섰다. 레드와 시아는 둘이 멀어져 가는 걸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자리로 다시 돌아가 도키 옆에 앉았다. 병원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아까의 그 북적북적한 상태로 다시 돌아왔고, 곧 도키의 차례가 돌아와 진료를 받았다.

  종합병원을 나오며 도키는 아까 터뜨리지 못했던 눈물을 벌벌 떨며 터뜨렸다. 긴장이 이제야 오는지 병원 입구 바닥에 주저앉기까지 했다. 친구들은 꺼이꺼이 우는 도키를 위로해 주었다.

  "아까 많이 상처 받았지..."

  시아가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도키의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저렇게 도키한테 이상한 소리 하는 인간들은 우리가 혼내줄 거야. 그러니까 쫄지 마!"

  레드가 도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날 도키는 저녁에 자기 방에서 한참을 울었다. 나를 위해 싸우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감동이었다. 저런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행복해지고 싶었다.

  얼마 뒤부터, 도키는 비는 시간에 거의 레드 집 옥상에서 살다시피 했다. 자신이 여기 오기 전 배웠던 무술을 다시 연습하기 시작하기 시작한 것이다. 친구들이 자신을 지켜 준 것처럼, 자신도 남들과 친구들을 돕고 싶어서이다.
 비록 스승님은 안 계시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꺼내보았다. 그리고 무기 대신에 자신의 두 눈이 전부 보이지 않을 때 썼던 케인을 이용했다. 케인은 구부러지기도 하고 곧게 펴지기도 해 생각보다 용도가 다양했다. 진정한 무도인은 무얼 쥐어 주든 무기로 쓸 줄 알아야 한다고 도키는 생각했다.

  빨갛게 지는 해를 뒤로 하고, 옥상 한쪽에 앉아 쉬면서 물을 마시는 도키에게 레드가 다가왔다.

  "도키 요즘 열심히 하네?"

  레드가 도키 옆에 앉으며 말했다.

  "응, 너희들을 보고 무술 다시 시작했어."

  "우리가 왜?"

  "저번에 내 편들어 주고 나를 지켜줬잖아.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무술 배울 때도 진정한 무술인은 자기 실력으로 남을 도울 줄 알아야 한다고 했어."

  "음..."

  레드는 그런 도키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 생각은 고마운데, 우리는 네가 우리를 지켜줘서 좋은 게 아니야. 친구니까 좋은 거지. 다시 예전 그 강한 모습으로 안 돌아가도 좋으니까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만 있어줘."

  그 말을 하는 레드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저 미소 짓는 도키의 길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초저녁 바람이 쓸고 갔다.

  평소와 다를 게 없어 보이던 어느 저녁,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던 레드는 집 문을 열고 들어온 도키를 보고 깜짝 놀랐다. 도키의 옷과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도키 왜 그래? 어디 다쳤어?"

  레드가 걱정하자 도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이래? 혹시 피도 나?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우왕좌왕하는 레드를 도키가 붙잡았다.

  "그런 거 아니야."

  둘은 거실 소파에 앉았다. 도키는 집에 오면서 있던 일을 얘기했다. 골목길을 지나가는 데 한 노인 뒤로 웬 괴한이 둔기를 들고 접근하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강도, 아니라 해도 최소 폭행인데 도키는 곧장 가서 그 괴한을 묵사발 내서 노인을 구했고, 주저앉은 노인분을 도와드리느라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치는 범인은 놓치고 말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그 근처에 강도가 나온다고 경찰에 알렸고, 그 노인분을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 드렸다고 했다.

  "안 무서웠어? 고생했어..."

  "괜찮아. 나 점점 나아서 예전의 힘이 돌아오는 것 같아. 전부는 아니지만... 마음 같아서는 바로 경찰에 넘겨버리고 싶었는데."

  "정말?"

  "응, 언젠가 우울증도 완전히 때려눕히고 싶어."

  그렇게 말하는 동안 집 문이 열리고 테라가 들어왔다.

  "어머니! 어머니!"

  "왜 그러니?"

  테라는 레드의 목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도키가... 도키가 오늘 강도범이랑 싸워서 이겼대요!"

  "뭐라고?"

  근엄하던 테라의 얼굴에 놀라움이 비쳤다.

  "그게 사실입니까 도키 씨?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친 데는 없고요? 경찰도 부르셨겠네요?"

  "어머니, 그러니까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누가 보면 네가 강도 잡은 줄 알겠다."

  테라의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얼마 뒤 아침, 레드는 우편물을 정리하다 도키 앞으로 온 한 우편물을 보았다. 보낸 이는 경찰이었다.

  '이게 뭐지...?'

  레드는 그것을 도키에게 전해 주었다. 도키는 그것을 받고 바로 열어보았다. 그리고 주저앉았다.

  "도키! 왜 그래!"

  레드는 재빨리 도키의 손에서 종이를 뺏어 보았다. 그곳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출석요구서.'

  "도키 씨가 고소를 당했다고 하셨습니까?"

  공명은 도키를 데리고 자신의 사무실로 와 지금까지 상황을 설명한 레드의 말을 듣고 놀랐다.

  "그것도 자신이 먼저 저질러놓고 그랬다니... cctv 같은 건 없답니까?"

  "네. 오래된 골목길이라 없대요. 그래서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다른 목격자도 없대요. 경찰 분들도 황당해하시던데, 일단 들어온 고소는 무조건 처리해야 한다고 하셔서..."

  "아..."

  공명은 잠시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더니 도키에게 물었다.

  "여기 나와서 경찰 조사받으러 가신다고요?"

  "네."

  "누가 봐도 가해자가 명백해 보이니 금방 끝나겠지만 혹시라도 이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제가 개입해서라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도키 씨, 버텨주십시오."

  공명의 부탁에 도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로, 강도를 당할 뻔한 노인도 증인으로 나와서 수사가 점점 깊게 진행되었다. 노인은 도키가 자신을 구해주려 한 게 맞고, 괴한이 가해자라고 계속 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한은 자신이 마치 억울하게 맞은 것처럼 사건을 몰아갔다. 진술에만 의존하느라 경찰들도 많이 힘들어했다. 수사는 공명의 예상과 달리 지겹게도 길어졌다.

  조사 과정에서 도키는 마치 자신이 분해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무술인이고 우울증 치료 병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 사실은 괴한에게 좋은 물어뜯을 거리가 되어 도키를 옥죄어왔다.

  "거봐~ 이 사람 정신병자라고요. 이런 사람 진술을 어떻게 믿어요? 게다가 무도인이 민간인 패다니 이거 살인미수 아니에요? 확실히 처벌해 주세요. 아시겠어요?"

  수치심까지 느껴 풀 죽은 도키에 비해 괴한은 기고만장했다. 하루치의 수사를 끝내고 온 도키를 밖에서 레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도키는 레드에게 쓰러지듯 안겼다. 레드는 아무 말 없이 도키 등을 쓰다듬어 줄 수밖에 없었다. 시아도 이 사실을 알게 되어 도키를 위로하러 와주었다. 도키의 주변인들은 도키가 이 상황을 얼른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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