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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 그 여자 <5화>

[완결] 작품/소설

by 이웃집 낙서장 2020. 2. 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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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로부터 입수된 Foundry Co님의 이미지 입니다.

작가: kimleecalli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kim.lee.calli/?hl=ko


 

  모처럼 모녀간의 해외 나들이다. 올 때는 상처 투성이인 중환자들이었지만,거짓말처럼 맑아진 가슴으로 태국에서의 좋은 추억을 만들기위해 지혜는 잠도 안자고 검색을 했다.맛집과 볼거리와 잠깐의 쇼핑과... 숙현이 가장 좋아했던건 지친 몸과 마음의 피로를 씻어준 마사지였다. 한국으로 돌아오던날은 신 교수가 훨씬 좋아져서 식사도 잘하고 재활 운동도 시작할 거라는기분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시간을 내면 낼수야 있었지만 숙현은 일부러 병원을 들르지 않고그냥 귀국하는쪽을 택했다. 지혜도 엄마의 의견을 따라주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지혜가 물었다.

  "엄만 이제 진짜로 아빠가 밉지 않아?"

  "넌?"

  "난 아빠 사고소식을 들었을때 갑자기 이런 생각을 했어. 아빠가 이대로 잘못되면 그동안 아빠를 미워했던걸
무척 후회겠구나. 그래서 나를 위해서 아빠를 미워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어. 엄마도 그랬음 좋겠어."

  "엄마딸 어른이네! 엄마도 같은 생각이야 지혜야!"

  숙현은 병실에서 보았던 영실의 일기에 관해서는 입을 꼭 다물었다.

 

  한국에서의 숙현의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밝고 쾌활하고 유머러스한 예전의 양숙현의 모습으로 일상을 그려 나갔다. 카페는 그녀의 스케일만큼이나 커지려는 듯 불경기라는 주변과는 다르게 손님들로 붐볐다. 모처럼의 휴일 미주는 숙현과 함께 가까운 산을 찾았다. 앙상한 겨울나무들이 찬바람을 견디며 꽃피울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쉼터에 앉아 가지고 온 물을 나누어 마시며 숙현이 말했다.

  "나만 아픈지 알았어. 내 아픔에 갇혀 피를 철철 흘리는 상대방을 보지 못했어. 지혜 아빠도 영실이도 많이 아팠었는데..."

  "원래 그렇잖아. 남의 손가락 부러진 것보다 내 손톱 밑 작은 가시가 아프잖아."

  자신이 피해자인 줄 알았는데, 자신이 비련의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자신이 가해자였다고 숙현은 말했다.

  "사람은 참 이기적이야. 내가 이렇게 이기적인 줄 몰랐어. 두 사람한테 참 미안해."

  "아냐. 언니. 충분히 이해해. 언니."

  둘은 그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짧은 인생의 허무함을 공감했다.

 

  남편이자 친구였던 신 교수 이야기는 마지막이라며 참 많이도 울던 그녀. 그날 미주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덩치 큰 그녀에게 자신의 작은 어깨를 내어주는 일이 전부였다. 미주는 생각했다. 그때 만약 숙현이 신 교수에게 영실을 소개해주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두 사람만의 오랜 믿음과 사랑으로 어려움을 이겨낼 다른 해결책을 고민해보았으면 어땠을까.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면서도 각자의 길을 가게 된 건 정말 그녀의 말대로 정해진 운명 때문이었을까.

  예쁜 카페를 운영하며 타고난 유쾌함으로 오늘도 힘찬 걸음을 내딛는 여자. 비록 한 남자에게는 끝까지 사랑받지 못했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그 여자. 그 여자의 내면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백마 탄 왕자... 사랑스러운 그 여자에게 어울리는 백마 탄 그 남자는 지금 어디쯤 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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